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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일논단] 새내기의 공부철학
작성자 홍보팀 등록일 2020-03-10 조회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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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새내기의 공부철학

 

 

이원묵 건양대 총장 

 

 

봄은 입학시즌이다. 젊은이들이 저마다의 꿈을 가슴에 담고 캠퍼스로 몰려든다. 올해는 아쉽게 코로나 19 때문에 모든 대학입학식이 취소되었다. 그래서 다소 어수선하지만 새 출발하는 젊은이들에겐 희망의 계절이다. 버트런드러셀은 "철학은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세상(heaven)의 신학과 현존의 과학을 사변(思辨)적 논리로 해석"하는 학문이라 하였다. 따라서 그 본질적 내용은 항상 '왜?' 라는 가치관과 '어떻게?' 라는 방법론적 논리를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공부는 진리세계를 탐구하는 여행이다. 육체와 영혼의 훈련을 통하여 지혜와 창의력을 넓혀 자신의 행복과 삶의 가치를 높여간다. 공부는 학교에서 문자와 언어를 통한 수업 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활 속에서 체험하고 활동하는 일체의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 인간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은 동물과 달리 공부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각자 다른 목적을 갖고 공부하지만 공부의 가치관과 방법론을 메타적 사고방식으로 질문하는 사람은 드물다. 1968년 12월 5일에 반포된 국민교육헌장은 국민이 공부해야 하는 교육이념과 목적을 획일적으로 제시한 일종의 국민의 공부철학이었다. 모든 사람의 성품이 같을 수 없듯이 공부의 가치관과 방법론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본질적 가치는 저마다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것임은 공통적일 수밖에 없다. 

 

공부를 통한 행복(가치관)은 과정(방법론)에 따라 크게 다르다. 그 과정은 자신의 외부적 요인인 숙명(destiny)과 운명(fate)에서 오는 경우와 스스로의 도전과 노력이 가져온 성취를 통해서 온다. 숙명과 운명에서 오는 행복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가치가 매우 작을 수밖에 없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숙명적 재산이나 우연한 복권당첨처럼 운명적 일확천금이 일시적으로 행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부에서 얻는 행복은 숙명과 운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니체의 "비켜라 운명아 내가 나간다."는 말이 젊은이들에게 2차 대전의 폐허와 좌절을 딛고 스스로 일어설 용기를 주었던 실존적 경구처럼, 공부가 주는 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의지가 담긴 도전력과 노력으로 만든 성취를 얻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공부를 통한 육체와 정신영역의 확장은 자신의 의지가 담긴 도전력과 노력으로 이루어지고 부수적으로 성공과 출세라는 사회적 평가를 가져온다. 따라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력과 노력은 성취를 가져오는 핵심적 가치이며 이를 통해서만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 

 

일본대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읽힌 책 '공부의 철학' 저자 지바 마사이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보편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항상 의문과 해학적 사고를 위한 '아이러니'와 '유머'적 학습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러니는 사고를 깊게 하고 유머는 사고를 확장하여 창의력과 지혜를 키운다. 세상사는 모든 것이 공부다. 공부는 동조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이다. 특히 우리나라 학생들의 입시 준비처럼 지식 쌓기 공부는 이 세상에서 더 이상 통할 수 없는 전 근대적 공부방법이다. 지금은 뉴턴처럼 한사람의 천재가 만드는 학문 개화시대가 아니라 집단 지성이 만들어 가는 초 융합사회의 협업시대이기 때문이다. 공부도 규격화된 교육시스템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체험과 실습 그리고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이루어진다. 창의력과 지혜를 키우기 위해서다. 또 성취를 위한 잠재능력인 도전력과 실천력도 중요하다. 공부철학이 없는 사람은 창조나 발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식축적을 위한 기계적 반복학습으로 출세목적 지향적지만 공부철학이 갖추어진 사람은 필기와 암기 위주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반응하며 자신의 사고능력을 키우고 삶에 변화를 일으킨다. 스스로의 운명의 주인이 되고 영혼의 선장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 뜻을 세우고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의 출발인 이유다.